토마토야 늘 맛있는 거고 모차렐라 치즈도 괜찮았다. 단호박 샐러드는 별로 그저 그랬고 팥 같은 것을 얹은 브루스케타도 이상했다.
식전 빵은 두 가지가 나왔는데 둘 다 반의 반도 안 먹고 남겼다. 바게트와 당조림한 콩은 어울리지 않았고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치즈 바게트도 내 입에는 별로였다. 진심으로 맛있다고 느낀 빵을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맛있는 빵을 먹고 싶다. 정말 맛있는 빵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빵을 안 구운지가 언제인지 알지도 못하겠다. 빵을 굽고 싶다. 다시금 통밀가루를 계량하고 스탠드믹서기를 돌리고 오븐에 불을 지피고 싶다.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다시 힘을 내볼까? 왜 이렇게도 망설여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너무 다시 푹 빠져버릴까봐 일부러 외면하려 하는 걸까? 빵처럼 나를 완벽하게 빠져들게 했던 것은 참 드물었으니...... 빵을 굽기 위해 쏟았던 그 모든 에너지와 고민과 집착을 다시 끄집어 내기가 두려운 것도 같다. 이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편하게 푹 퍼져서 널브러져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은 듯하니까......
고르곤졸라 피자는 맛이 있었다. 원래 꿀은 잘 뿌리지 않는 편인데 시도해봤더니 괜찮았다. 메뉴를 개발한 사람이 주는대로 먹는 게 역시 가장 현명한 선택인가 보다.
하이라이트는 의외로 이 버섯구이. 정말 대단히 맛이 있었고 이것만 먹고 배를 채우고 싶을 정도였다. 별거 없는 조리법이지만, 집에서도 충분히 이 정도는 구워 먹을 수 있을 것은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의 메인은 내겐 이것이었다.
지나치게 짰던 꽃게 로제 파스타. 꽃게 맛은 거의 나지 않았다. 매우 매우 짰다. 그래도 뭐 어지간해서는 다시 만들어 달라거나 하진 않는 편인 내 성격상 그냥 말없이 먹었다. 역시 로제소스 파스타는 언제나 어디서나 별로다. 그러면서 왜 계속 주문하는 건지 참 이상도 하다.
보드카가 들어간 크림 파스타. 꽃게 로제 보다는 더 나았지만 그래도 뭐 썩 맛있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맛이 없진 않지만 딱히 맛있지도 않았던 블루밍 가든. 그래도 가끔 한번씩 가면 좋을 것 같다. 사람도 없고. 인테리어와 오픈 키친도 마음에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