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밀가루 없이 만드는 빵과 과자

맛있는 호밀빵 배합을 스스로 구성해보고 싶었다.
물론 늘 책의 레서피를 그대로 하지 않고 소폭 혹은 대폭 수정해서 만들기는 하지만,
(그래서 안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고 또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다.)
수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수정한 것' 일 뿐.

원 레서피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많이 수정하여 만든 경우에도 늘 그 출처를 밝히는 것으로써,
저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표현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많이 수정해서 만들었어도 그것은 내 레서피이기보다는
오히려 원 저자의 그것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내 과도한 고지식함이 만들어낸 '지나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호밀을 10%로 할까, 15%로 할까 고민하다 15%로 했다.
역시 반죽은 힘이 없고 오븐 스프링이 작다.
칼집의 벌어진 모습이 초라하다.

배합을 구성하면서 가장 갈등을 한 부분은 무설탕, 무지방의 하드계 빵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설탕과 유지를 넣어 좀 식빵스러운(?) 빵으로 할 것인가 였다.

그래서 결국 결정한 것이 설탕 대신 데이트를 넣어 약간의 감미를 주고
소량의 오일을 넣어 주는 어중간한 배합이다.
구워져 나온 빵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폴카식 쿠프는 어찌 보면 예쁘고 어찌 보면 안 예쁘고 그렇다.
그래서 자주 폴카식으로 넣지는 않는 편이다.

좀 부드러운 식감을 목표로 전분과 탈지분유를 배합에 추가했는데
하드계열이면서도 부들부들 식빵같은 식감을 가진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부터가 사실은 모순이 아니었나 싶다.
아예 부드러운 호밀빵을 목표로 배합을 다시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

설탕을 넣지 않고 감미를 살짝 주기 위해 데이트를 배합에 추가했고
믹싱 단계에서 넣을까 성형 단계에서 넣을까 갈등하다가 성형 단계에서 넣었다.
그냥 믹싱 단계에서 넣었다면 빵 전체적으로 은은한 감미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성형 단계에서 넣으니 데이트가 들어 있는 부분에서만 감미가 느껴지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설탕을 넣고 데이트를 빼던지, 설탕을 넣지 않고 데이트를 넣을 거라면
믹싱 단계에서 데이트를 불린 물까지 넣는 것이 좋겠다.

첫 술에 배부르랴마는 이번 포뮬러는 어쨌든 '영 아니올시다' 이다.
(예전에 호밀 팽드미 포뮬러를 만들었던 적이 있으니 엄밀하게는 두번째 숟가락이지만...... ^^;;)
다음에는 좀 더 원하는 맛과 질감과 모양에 다가가는 호밀빵 포뮬러를 구성해보아야지.
그런데 정확히 내가 원하는 '맛있는 호밀빵' 의 정의가 무엇일까?
일단 그것부터 확실히 해야겠다. ^^;;




재료 : 유기농 통밀가루 348g, 우리밀 통밀가루 188g, 유기농 호밀가루 94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10g, 소금 10g,
         탈지분유 63g, 감자전분 57g, 올리브유 19g, 물 470g, 데이트 썬 것 94g

1. 믹서기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최저단에서 3, 4분 믹싱하여 수분을 잘 흡수시키고 7, 8분 더 믹싱한다.
   (이 때 물을 한꺼번에 넣지 말고 믹싱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넣어 준다.).
2. 반죽을 볼에 넣고 비닐로 덮은 후 실온에서 2시간 정도 발효하여 볼륨이 2배 정도 증가하도록 한다. (접기 하지 않음.)
3. 분할하여 동글린 후 반죽을 손으로 눌러 편 후 데이트를 위에 골고루 잘 올려 놓은 다음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다.
4. 밀가루(밀기울이 적은 것이 좋다.)를 듬뿍 묻힌 바느통에 반죽의 윗면이 바느통의 바닥으로 가도록 위치시킨 후
   꾹꾹 눌러준 다음 비닐 봉지 등에 넣어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한 상태로 1시간~1시간 10분 정도 다시 2차 발효해서
   원래 볼륨의 90%정도가 증가하게 한다.
5. 190도의 오븐에서 40분 정도 굽는다.


1240g(데이트 뺀 무게) 정도의 반죽이며 두 덩이로 분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