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다 보면 가끔
'아!  정말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는 탄식과 함께
현실을 다시금 직시하게 하고야마는 빵들을 만나게 된다.

이 빵이 그러했다.




이게 뭔가?  대체 이 모습이 뭔가??
아무리 호밀이 30% 들어갔기로서니 칼집 벌어진 모양이 참 어지간하다.
칼집이 벌어진 모양이 말해주는 것은 알고 보면 사실 그 반죽의 거의 모든 것,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칼집 넣는 솜씨는 일부러라도 고려하지 않겠다.)

이런 빵을 생산해 내는 나이기에,
나는 아직 스스로를 초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크러스트만 그런가 하면 크럼은 더욱 더 하다.
뜨거울 때에 썰은 것을, 프랑스밀가루가 아닌 통밀가루인 것을, 100번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건 역시 아니다.

책에 사진이 없었다면 '호밀이 많이 들어가서 어쩔 수 없어.' 하고 발랄하게 넘어갔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책에는 아름다운 슈스터융엔의 사진이 떡하니 실려있다.




다시 보아도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오븐의 온도가 설정 온도에 도달하지 않아서 그냥 굽기를 강행했는데,
그래서 크러스트에 색깔이 거의 나지 않고 허여멀겋다.
요즘 오븐이 가끔 말썽을 부릴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도무지 240도 정도로 아니, 200도 정도로도 예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정녕 오븐을 바꾸어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한 건가?




썰어 보아도 역시......

호밀빵에는 요거트가 잘 맞는 재료라는 판단에서 원 레서피에는 없는 재료지만 추가도 해 보고
이스트의 양도 좀 늘려 보았는데, 전자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고 후자는 판단 보류다.




이번 슈스터융엔의 실패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성형할 때에 밀대로 반죽을 민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식빵도 아닌데 대체 왜 밀대로 반죽을 마구 밀었을까?  @.@

참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슈스터융엔.
그래도 맛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말로......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는 좀 더 잘 구울 수 있겠지?






책의 슈스터융엔 사진이다. 
호밀을 30% 넣고도 이런 크럼과 크러스트라니!
에자키 오사무, 존경해요!!!






에자키 오사무의 '프로를 위한 제빵 테크닉' 중 슈스터융겐 레서피를 수정하여 만들었다.


재료 : 전반죽-우리밀 통밀가루 118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0.4g, 물 90ml
         본반죽-우리밀 통밀가루 215g, 유기농 호밀가루 140g, 소금 8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5g,
                    플레인 요거트(생협, 액상) 95ml, 물 175ml, 버터 5g

1. 볼에 전반죽 재료를 모두 넣고 섞고 (수분이 다 스미도록 하는 정도이며 치대지 않는다.) 실온에서 15시간 둔다.
2. 믹서기 볼에 발효된 전반죽을 넣고 본반죽 재료 중 버터를 뺀 나머지 전부를 넣고 최저단에서 3분 정도 믹싱하고
   1단으로 올려서 7분 정도 믹싱한 다음 조각 낸 찬 버터를 넣어 가며 1, 2분 정도 마무리 믹싱한다. 
3. 마르지 않게 볼을 덮어 실온에서 2시간 정도 1차 발효한다. (볼륨이 약 두 배 정도 증가하도록 한다.)
4. 발효가 끝난 반죽을 볼에서 꺼내어 분할하고 동글린 다음 약 20분 정도 벤치레스트.
5. 풋볼형으로 성형한 후 마르지 않게 비닐 등으로 덮은 후 1시간 20~40분 정도 2차 발효한다. (약 90%정도 볼륨이 증가하도록 한다.)
6. 발효가 끝난 반죽 위에 통밀가루를 솔솔 뿌리고 칼집을 낸다.
7. 반죽을 넣고 재빨리 오븐 벽에 물 스프레이 하고 230도에서 28~32분 정도 굽는다.


138g 정도 6개 분량이다.


 내 배합; 통밀가루 70%, 호밀가루 30%, 소금 1.7%,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1.1%, 플레인 요거트 20%, 물 56%, 버터 1%
 책 배합; 프랑스밀가루 70%, 호밀가루 30%, 소금 2%,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0.55%, 몰트 엑기스 0.3%, 물 65%, 쇼트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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