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레서피에서 유기농 통밀가루와 우리밀 통밀가루를 구분해서 표시하는 이유는 그 두 가지의 특성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유기농 통밀가루는 밥스 레드밀(Bob's Red Mill)의 맷돌로 간 통밀(Stone ground, Hard red spring wheat)이고 우리밀 통밀가루는 여러 다양한 생산처의 제품들이다.

가루가 세밀하게 제분되어 있을수록 밀기울이 적게 포함되어 있을수록 볼륨이 크고 가벼운 빵을 얻을 수 있는데, 유기농 통밀은 가루의 입자가 상당히 굵게 제분되어 있고 밀기울도 많이 들어 있는 반면, 우리밀 통밀은 대개 가루의 입자가 매우 곱고 밀기울도 별로 없는 편이다.  따라서 유기농 통밀가루로 만든 빵과 우리밀 통밀가루로 만든 빵은 그 볼륨이나 질감에 많은 차이가 있게 된다.  다만, 우리밀 통밀가루의 경우 입자의 굵기와 밀기울의 함유 정도가 생산처마다 차이가 많은 편이다.  게다가 한 생산처에서 나온 제품도 구입 시기에 따라 제분의 정도가 다르기도 하다. 

밥스 레드밀의 유기농 통밀가루 100%로 빵을 만들면 상당히 묵직하고 조직이 치밀한 빵이 얻어지기 십상이다.  제법과 작업과정 및 환경에 따라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는 그러기가 쉽다.  이에 반해 우리밀 통밀가루 100%로 빵을 만들면 강력분으로 만든 빵과 같이 상당히 가볍고 볼륨감 있는 빵이 얻어진다.  그러나 밀기울이 적어서 통밀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고 구수하고 진한 통밀의 풍미 또한 덜하다. 

아무리 유기농이라고 할지라도 수입산이므로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통밀의 강한 개성과 풍미를 듬뿍 담고 있는 제품이기에 나는 밥스 레드밀 유기농 통밀가루의 사용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밀 통밀가루에 따로 구입한 밀기울을 넣고 빵을 만들어도 보았으나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었다.

이스트 빵을 만들 때에는 유기농 통밀가루와 우리밀 통밀가루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물론 묵직한 빵이 좋다면 유기농 통밀로만 하면 된다), 퀵 브레드나 케이크, 파이, 쿠키 등의 과자류를 만들 때에는 유기농 통밀가루로만 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가 있다.  단, 카스텔라의 경우에는 부드러운 질감을 원할 땐 유기농 통밀가루로, 나가사키식의 탱탱하고 탄력있는 질감을 원할 땐 우리밀 통밀가루로 구분해서 사용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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