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빵을 만들 줄 몰랐을 때에는 내 눈에 빵은 그저 빵이었다.
맛있는 빵과 맛없는 빵이 있을 뿐, 잘 만들어진 빵과 그렇지 못한 빵은 적어도 내게는 없었다.

빵을 만들게 된 이후로 빵을 보면 잘 된 빵인지 아닌지가 저절로 보인다.
제과점에 가도 일단 그 가게 베이커의 전체적인 제빵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바게트를 먼저 보게 된다.
칼집은 제대로 냈는지 또 적절하게 잘 벌어졌는지 크러스트에는 알맞게 크랙이 생겼는지
또 색깔은 yellowish가 아닌 reddish brown으로 잘 나왔는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인터넷이나 책 혹은 여타 다른 매체를 통해 실물이 아닌 빵의 사진을 볼 때에도
잘 된 빵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세팅해 놓은 그릇이나 주위의 장식들, 소품들이 아닌 오직 빵의 크러스트와 크럼만을 뚫어져라 본다.
비록 직접 먹어 맛을 볼 수는 없으나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빵의 성공 혹은 실패 여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맛과는 별도로 말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제과제빵 산업 혹은 업계와 관련된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개인 베이킹 클래스들을 보면서 좀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아직 경지에 도달하지 않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보다 조금 더 못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돈을 받고' '가르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동네 한 바퀴만 돌아 보면 마주칠 수 있는 많은 제과점들.
그 안에서 한가하고 무료하게 앉아 손님을 기다리거나, 진열된 빵을 괜시리 들었다 놓았다 하며
애꿎은 비닐 포장 매무새를 다시 가다듬는, 조금 탁해진 흰 빛의 작업복을 입은 중년의 베이커.
그 곳에 진열된 빵과 과자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끔씩 나는
'차라리 저 제과점의 베이커가 클래스를 연다면 내가 가서 들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왜 그들보다 못한 실력을 가지고도 그들이어야만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대신 하는 사람들
(게다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퍽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하지 않는 걸까?

내 눈에 진짜 전문가는 그들이고 진짜 프로페셔널은 그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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