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 그리고 일상 2008. 12. 9. 16:36 |
아침에, 
오늘 하루가 나에게 허락되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경이롭게 여기면서 눈을 뜨는 날은, 아주 가끔. 
정말이지 어쩌다가 하루쯤이다.  
진정 소중하게 시간을 대해야겠다고 깊이 다짐하게 되는 그런 순간은 
정녕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문득 한 순간, 그 뿐인 것이다.





Jean (peintre) Béraud 
L'attente 
entre 1848 et 1935 
huile sur toile




인생의 많은 순간은 준비하고 기대하였기에 다가온 것이 거의 아니었다.
많은 것들은 순식간에 다가왔고 어느새 나는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 내가 늘 그러하기라도 했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Henri de Toulouse-Lautrec
Hangover (also known as The Drinker) 1889
Oil on canvas



육체가 나이 들수록 정신은 더 퇴보하는 느낌이다.
나는 어느 순간 지적인 성장을 멈추어 버린 것 같다.
사실 멈추어 버린 것은 지적인 성장 뿐만이 아니겠다.
외적으로도 어느 순간 이후, 나는 거의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삶의 언저리만을 빙글빙글 맴도는 듯한 이 느낌......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고 깨달아야 할 것을 깨닫지 못하는 듯한 답답함......
아직도 나를 꽁꽁 둘러싸고 있는 투명하지만 질긴 껍질.

너무나도 평범하기에, 얼마 되지 않는 가진 것을 잃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결코 삶의 전부를 살지 못하고 일부만을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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