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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04 백만 년만의 통밀식빵 9

       

1년 6개월 정도 지났나 보다.  빵을 안 구운지.  그 동안 정녕 밀가루 근처에도 안 갔던 것 같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저녁에 취중제빵을 하였다.  혼자 맥주를 마시다 갑자기 빵이 굽고 싶어졌다.  제법 많은 양을 들이킨 이후라 정신이 약간은 몽롱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 딱 빵 굽기 좋은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무슨 헛소린지......

 


원래 사용하던 풀먼식빵(팽드미) 레서피를 가지고 구웠다.  하지만 풀먼 틀은 뚜껑에 오일칠을 하고 밀가루를 뿌린 후 다시 덮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란 너무 귀찮으니까 그냥 일반식빵 틀에 구웠다.  풀먼식빵 틀은 부피가 더 커서 당연히 밀가루 양도 더 많다.  그러므로 오븐스프링이 많이 일어나면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내 오븐의 구조 상 윗면이 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술김에 레서피의 분량을 수정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다.  그리고 어쩜 오븐스프링이 안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왠걸?  오븐스프링이 매우 많이 일어났다.  아주아주 황홀할정도로 많이.  많이.

빵빵한 빵은 나를 기쁘게 한다.  동글동글 솟아오른 크러스트란 정말 이쁘고 귀엽지 않은가?


 
버섯모양처럼 단면이 나왔다.  반죽의 분량도 많았고 오븐스프링도 좋았기 때문이다.



술 먹고 가지런히 썰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마음으로 집중해서 썰었더니 나름 만족스럽다.



레서피 자체가 리치한 편이라 당연히 맛도 끝내준다.  다음 날 토스트해서 아침으로 먹었다.  버터랑 오렌지 마말레이드 발라서.  진정 행복한 아침식사였다.  아!  맛있구나.   ^________________^


유쾌하고 명랑함이 많은 성격이지만 끝도 없이 침묵하는 것 또한 즐기고, 무척이나 친절하다가도 아니다 싶은 경우에는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멍석 깔아주지 않으면 굳이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성격.  고칠 수가 없다.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어떤 면들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는 사람들.  그런데 전혀 없던 어떤 성품이 나이 들만큼 들어서야 갑자기 발현하는 일이 정녕 가능한 걸까?  단지 그 시절의 그 사람에게는 그런 특성이, 어떤 다른 특성에 비해 조금 덜 드러났던 것 뿐 아닐까?  
사내정치 잘 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진짜 속은 결코 알 수 없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
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을 닮을 수는 없다.  세상은 이렇게 다른 모습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일 뿐이다.      






King Arthur Flour의 100% 통밀 풀먼 브레드 레서피를 아주 많이 수정해서 만들었다.


재료 : 유기농 통밀가루 370g, 우리밀 통밀가루 320g, 탈지분유 77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10g, 
         비정제 흑설탕 55g, 소금 10g, 
물 430~440ml, 조각낸 찬 버터 48g

1. 모든 재료를 믹서기 볼에 넣고 최저단에서 믹싱을 시작하여 3분 정도 수분이 다 흡수될 때까지 믹싱한 다음, 저속으로 속도를 올려      서 7분 정도 믹싱하여 글루텐 막을 어느 정도 형성시킨 후 버터를 넣으면서 믹싱을 1~2분 정도 더 믹싱하여 글루텐 막을 완전히 형      성시킨다.
2. 반죽을 볼에 넣고 비닐로 덮어 약 두 배 정도 볼륨이 커지도록 실온에서 1차 발효한다.
3. 반죽을 볼에서 꺼내서 분할하고 대강 동글린 후 밀대로 민 후 성형한다.  (벤치 레스트 없이 바로 성형에 들어간다.  벤치 레스트를      해도 물론 된다.)
4. 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여밈이 아래로 가게 반죽을 팬닝한 후 비닐봉지에 반죽을 넣고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살짝 봉지를 묶어준 후    실온에서 2차 발효한다.
5.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반죽을 넣고 38분 정도 굽는다.
   

675g 정도 되는 로프 두 덩이 분량이며 스텐레스 옥수수 식빵틀에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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